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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국 반정부 시위와 왕실 모독에 대한 우려와 경계
 
  태국 반정부 시위와 왕실 모독에 대한 우려와 경계  
     
   
 

국에 반정부 시위가 불붙었다.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지난 7월 중순 이후 한 달여 간 헌법개정, 의회 해산 요구를 하며 거리로 나오고 있다. 현재의 총리는 물러나야 하고, 군대는 정치에 개입하지 말라고도 한다.

시위대는 최근 태국의 ‘금기 영역’인 왕실까지 거론했다. 과거 '레드셔츠' 반정부 시위대 지도자 조차도 '선을 넘었다'고 우려를 표시했고 현 정부도 당황하는 기색이 뚜렷하다.

시위대는 헌법개정, 의회 해산 왜 요구하는 것일까?

#반정부 시위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나온 정권

국은 2006년 탁신 총리를 물러나게 한 군부 쿠데타 이후 정권이 갈마들며 ‘노랑’ VS ‘빨강’의 반정부 시위로 세계적 주목을 받는 홍역을 겪었다.

2014년 5월엔 또 다른 군부 쿠데타가 터졌다. 현 총리인 당시 쁘라윳 육군참모총장이 ‘회의 좀 하자’며 주요 정치인들을 부른 뒤 감금하고 쿠데타를 ‘선언’했다. 이후 군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오랫동안 정치집회를 금지했다. 반정부 세력인 ‘레드셔츠’는 ‘지리멸렬’했고 태국은 ‘안정’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쿠데타 이후 5년 뒤인 2019년 3월 24일엔 태국이 갈망하던 총선이 치러졌다. 총선에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세력들이 총 득표수 1위를 차지하며, 연립을 이뤄 정권을 이어갔다. 예상을 뒤집는 결과였다.

‘선거의 명수’ 친탁신파나 젊은 기업인이 총수로 나서며 인기몰이를 한 신생정당도 패퇴했다. 탁신의 부패에 대한 실망, 어쨌든 시위 없는 ‘안정’을 바라는 민심이 반영됐다고도 볼 수 있다고 해석됐다.

그런데 최근 반정부 시위대들은 현 정부의 탄생 원인을 ‘게임의 룰’이 바뀌어 선거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치러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쿠데타 집권세력은 선거법과 헌법을 손질했다. 상원 250명도 총리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헌법을 뜯어고쳤고 상원은 쿠데타 정부가 만든 NCPO(국가평화질서위원회)에서 임명토록 했다. 민심도 바뀌어 친 탁신파는 265석이나 얻었던 2006년 총선에 비해 100석이나 줄어들었고, 총 득표수에서도 군부 정당에 뒤졌다. 반대파 저지의 핵심 수단이었던 국가비상사태는 총선 이후 해제됐지만 코로나 사태와 관련 태국 정부는 방역의 명분으로 다시 부활시켜, 4번째 연장을 하며 8월 말까지 시행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인권 변호사 왕실 개혁 촉구

정부 시위에 참가한 친 민주주의 단체 소속 참석자들은 시위 안건으로 왕실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아논 남빠라는 인권 변호사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그는 군부정권이 만든 헌법이 민주적 입헌군주제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대담하게도’ 왕실 개혁안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시위에서 왕실이 언급되자 시위가 열린 대학의 총장은 시위 허가해 줄 때 ‘왕실 언급’은 없었던 내용이라며 사과까지 했다.

태국의 군대는 앞에 '로열 아미' 처럼 ‘왕실’이란 말이 어김없이 들어갈 정도로 태국 왕실을 지탱해온 버팀목이기도 하다. 태국에서 왕실 모독되는 형법 112조에 따라 최고 징역 15년형에 처해질 정도로 엄히 다루고 있는 실정법이다. 태국에서 어지간하면 ‘보석’이 허용되지만 왕실 모독만큼은 예외다.

심지어 태국의 적지 않은 언론도 구체적 내용을 옮기지 않을 만큼 조심스러워하는 부분이다.

태국인 끼리도 왕실 비판은 아주 친하지 않으면 잘 말하지 않는다. ‘흑심’을 품고 증거를 제출해 신고하면 상대방을 한방에 골로 보내기 딱 좋기 때문이다. ‘왕실 모독죄’가 정치에 정략적으로 악용된다는 말도 이런 이유 때문에 나온다.

#'왕실 모독' 외국인도 예외 없다

국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뉴스, 미디어, SNS 등 처벌을 받은 비공개, 공개된 사례가 수두룩하다.

심지어 2007년 태국 북부에선 푸미폰 국왕의 초상에 검은색 페인트를 칠한 스위스 남성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이후 국왕이 사면한 것이 크게 보도됐다.

외국인 소유라 해도 방송, 출판, 미디어 등 공개 매체는 더 유의해야 한다.

#소설 표현으로 3년 징역 판결 받은 호주인

클라 대학과 치앙라이 대학 등에서 강의했던 해리 니콜라이드란 호주인 남성은 2003년부터 태국에 체류하다 2005년 `Verisimilitude(사실같음)’이란 소설을 썼다.

이 소설에서는 그는 태국 국왕과 왕자 등을 모독했다며 2008년 8월 태국으로 들어오다 수완나품공항에서 그대로 체포돼 6년 형을 선고받았다. 자백이 인정돼 3년으로 감형됐고 5개월간 태국에서 감옥살이하다 왕실의 사면으로 겨우 고국으로 돌아갔다. 호주 정부가 그의 석방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였다. 그가 쓴 소설책은 몇 권 팔리지도 않았지만 짤막한 몇 문장으로 표현한 왕실 관련 내용이 태국 형법 112조에 저촉된다고 판단된 것이다. 적은 책의 판매량에 비하면 독자나 누군가 신고했을 가능성도 있다.

해리 니콜라이드는 ‘태국에 왕실 관련 법이 있는지는 어렴풋이 알았지만 태국 왕을 모욕할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고생고생하다 호주 정부의 노력 끝에 왕실 사면으로 호주로 돌아간 그는 도착 후 멜버른 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펑펑 울었다.

#영문 모르고 공항에서 체포된 스위스 TV 제작자

2009년 스위스 국영방송의 SF TV의 다큐멘터리 제작 책임자인 크리스토프 뮬러 기자(58)는 수완나품공항을 입국하다 영문도 모르고 체포됐다. 촌부리의 방라뭉경찰서로 이송된 뮬러 기자는 24시간 구금됐다가 여권을 압수당한 뒤 보석으로 석방됐는데, 알고 보니 7년 전인 2002년 제작한 방송이 문제가 됐다. 당시는 몰랐는데 5년 후에 소송이 청구됐던 것이다. ‘왕실 모독’이 아닌 명예훼손 건으로 알려졌는데, 설사 외국에서 방송됐더라도 그것이 태국 관련 내용이고, 태국의 왕실, 개인, 또는 회사가 피해를 입었다면 태국 법이 적용돼 외국인도 태국의 법정에 서게 되는 사례였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외국인은 태국에 1년간 강제 체류해야 한다. 뮬러 기자의 건은 최고 2년 징역형에 20만 바트의 벌금이 처해질 소송건이었으나 이후에 대해선 보도되지 않았다. 뮬러 기자의 사건이 있던 그 해 2009년 태국은 왕실모독 사이트를 무려 2천700여 개나 폐쇄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아피싯 태국 총리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나라들 간에는 역사적 문화적 차이가 있는 것”이라며 왕실모독과 관련된 태국의 처벌 조항을 두둔했다.

한국의 한 언론인도 부적절한 태국 왕실 언급 관련 기사로 입국금지 조치를 당한 ‘비공식’ 사례를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방송대상 시상식 멘트도 고소

국인에 대해선 ‘왕실 모독’ 혐의의 사례는 더 다양하다. 지어 퐁팟 와치라분종이라는 중견 남성 탤런트는 방송대상 시상식에서 조연상을 수상하며 자신이 맡은 아버지 역을 국왕과 비교했는데 이를 본 다른 가수가 ‘왕실 모독’이라며 고소를 한 적도 있다. 시상식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퐁팟은 아버지에 대한 언급을 했으나, 국왕에 대한 존경과 사랑, 그리고 노란색 또는 레드셔츠도 아닌 태국인의 단결을 호소해 감동 어린 박수를 받았다. 고소한 가수가 오히려 심했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이만큼 ‘왕실 모독’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우리의 시선엔 사소한 것으로 보이지만 태국인 사이에도 왕실은 법적 시비가 되는 일이 자주 있다.

암폰이란 한 노인은 주요 정치인에게 왕실 관련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체포됐고, 극장에서 국왕 찬가가 나올 때 일어서지 않아 문제가 된 사건도 여럿 있다.

#태국 극장에서 왕 찬가 나올 때는 일어서 주세요

2007년 27세였던 태국 한 민주주의 운동가이자 반쿠데타 단체 임원인 태국 남성은 극장에서 국왕 찬가가 나오는 순간에도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이를 본 두 좌석 뒤의 40세 남성이 “어이, 일어나요, 일어나”했지만 끝까지 앉아 있었다. 결국 극장 스태프의 신고로 경찰에 소환됐는데 이 사람은 “왕을 공격할 생각은 없었다. 일어나든 말든 선택의 권리가 있다”고 당당히 밝혔다. 한 술 더 떠 “왕실 모독을 규정한 태국 형법 112조가 국민의 자유를 제한하고 다른 정치적 이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다”며 ‘대차게’ 맞섰다. 훗날 무혐의 처리를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그 후 1년 뒤인 2008년에도 한 남성이 국왕 찬가가 나올 때 일어서지 않아 체포돼 보도됐으나 ‘정신적 문제가 있다’며 무혐의 처리됐다.

#태국의 왕실모독과 관련된 법들

국에서 왕실 모독과 관련해선 2가지의 법이 있다.

첫째는 형법 112조로 왕, 왕비, 왕위 계승자를 모독했을 때는 3년에서 최고 15년의 징역에 처해진다.

또 하나는 국민문화 왕령 제6조인데 사회문화 공식행사에는 국가와 왕실 찬가 등을 연주하도록 되어 있으며 이를 어기는 사람은 100바트의 벌금이나 한 달간의 구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태국 역사학자들은 극장에서 왕 찬가가 나온 것은 1910년 이후 영국 조지 5세 때부터라고 밝히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1960년대 들어서는 무의미 해졌다. 많은 학생들이 따르지 않았고, 영국에선 결국 폐지됐다. 하지만 영국에서 교육받은 태국 극장주들은 이런 관행을 수입했다는 것이다. 태국에서는 원래 국왕 사진과 찬가가 영화 마지막 부분에 나왔지만 1970년쯤 무렵부터는 영화 상영 전에 트는 것으로 바뀌었고 그것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왕실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가진 시위대도 있지만 훨씬 더 많은 태국인들에게는 왕실과 국왕에 대한 오랜 정서가 있고, 적지 않은 군부, 정치인, 기업인 들도 왕실을 근간으로 한 민주주의를 ‘태국식 제도’라고 옹호하고 있다. 이를 다소 우회적 비판으로 표현했던 정부 고위 관리조차 망명한 케이스가 있는 것을 보면 절대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현 태국 정부의 강경하고 단호한 대응

군부 인사 출신으로 구성된 현 태국 정부의 대 언론 왕실모독에 대한 대응은 매우 강경하다.

쁘라윳 총리는 2016년 12월 8일 “왕실을 모독하는 언론에 대해선 예외를 두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당시 쁘라윳 총리는 새 국왕인 와치라롱껀 국왕에 대한 BBC 타이의 보도 사례를 언급하며 "태국에 있는 어떤 외국 언론이라도 처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가 태국어 서비스를 하고 있는 BBC 타이는 웹사이트에 국왕 관련 인물 기사를 게재했는데 학생운동가가 페이스북에 링크를 공유하면서 경찰에 기소됐다. 인용도 아닌, 자신이 쓴 직접 글이 아니건만 기소된 것이었다. 태국 당국은 국왕의 왕세자 시절 개인사를 다룬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해당 기사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고 경찰에 조사를 지시했었다.

반정부 시위를 지켜보는 태국 정부는 최근 페이스북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왕실모독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23일엔 7천 개 이상의 소셜미디어 포스트나 게시물의 삭제 또는 접속 제한 조치를 요구했다고 보도됐다.

#태국 왕실 관련은 신중히 다루고 존중되어야 하는 주제

러 사례들을 보면 공개 문건이나 외국 언론의 부적절한 ‘왕실 표현’은 경찰이나 기관의 ‘인지’에 의하지만 개인 등의 공개 표현은 누군가의 ‘고소’에 의해 형사처분으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내가 아는 한 태국 강성 언론인은 “가족에게도 여러 경우를 각오하라고 했다"라며 옳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비판을 멈추지 않겠다는 결의를 불태우는 모습을 보이지만 또 다른 언론인은 “왕실모독은 고의성 여부를 떠나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태국의 현행법으로 신중히 다뤄줘야 하며 모두에게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가 풀려 한국인의 태국 여행이 과거처럼 활발해지면 베껴 쓰고 또 울겨먹는 여행 가이드북의 ‘태국에서는 어린아이 머리 만지지 말라’는 주의사항보단 ‘왕실 관련 태국인의 정서와 법을 존중하라’는 문구가 가장 부각되길 바란다. <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