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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무죄(有錢無罪)? 부글거리는 태국 민심(民心)
 
  유전무죄(有錢無罪)? 부글거리는 태국 민심(民心)  
     
   
 

*출처:네이션

 

#表裏不同

상했던 일이긴 하다.

사망사고를 낸 재벌 자제에 대한 태국 사법당국의 석연찮은 ‘면죄부’가 민심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야당 및 시민단체가 속속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고, 관련 트윗도 몇 시간 만에 수십만 건을 넘어서며 태국에 ‘법치’와 ‘공정’의 문제를 순식간에 뜨거운 감자로 부각시켰다.

태국 언론과 외신들은 7월 24일 ‘살인죄’ 혐의가 있던 세계적 스포츠음료 레드불 창업자의 장손자인 오라윳 유위디아((Vorayuth Yoovidhya)의 불기소 방침을 일제히 보도했다.

관련 보도는 태국 언론도 아닌 미국 CNN이 오라윳의 방콕 집 주소로 경찰의 불기소 방침을 통보했다는 사실을 알린 특종이 터진 뒤 이어졌다.

국 검찰은 한 달이 채 안 된 지난 6월 27일까지만 해도 언론을 통해 오라윳의 공소시효가 7년 더 남았다며 추적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면죄부는 이보다 보름 전인 6월 12일에 결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겉으로는 ‘법치와 공정’을 말했지만 한편으로는 ‘봐주기’하다 딱 걸린 것이다.

오라윳의 ‘면죄부’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나온 경찰 대변인들의 말은 아리송을 넘어 풀기 어려운 ‘암호’ 같이 들린다.

태국어 뉘앙스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요약하면 ‘검찰의 결정이고 경찰은 이에 따른다’는 것이다. 경찰 부대변인은 “검찰이 그런 결정을 내렸으니 경찰도 이에 따를 수밖에 없다. 사회는 원한다고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형법 체계에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게 있다"라고 말했다. 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대변인의 말 하루 뒤인 7월 25일 태국 영자 일간지 방콕포스트는 1면 톱기사에서 “아직 보고를 못 받아 자세한 것은 살펴봐야 한다”는 웡사쿤 킷티프롱웡 검찰총장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태국 경찰은 검찰이 불기소를 결정했다고 하지만 정작 검찰에선 공식적인 코멘트조차 내놓고 있지 않다.

태국 법무부 대변인도 ‘경찰에서 아직 체포영장 철회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탁구공 튕겨 보내듯 이리저리 책임을 미루고 있는 모습들로 보인다. 책임 안 지려는 탁상행정가들의 전형이다.

경찰 대변인은 방콕 남부지검에서 불기소를 결정했다고 하는데 이 사회적 중대 사안에 대해 검찰총장이 ‘모른다’고 대답한 것은 현재까지 최고 절정을 이룬 장면이다.

거 태국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 ‘간섭받지 않는 경찰이 독자적으로 조사해 결정한다’고 했지만 태국 반부패 위원회는 봐주기 수사를 한 혐의로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5명의 경찰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공무집행 중인 동료 경찰관이 차에 치여 사망했는데, 이를 조사한 동료 경찰관과 간부까지 한통속으로 사고를 무마하려던 것은 충격 그 자체였다. 돈이 이리 센 것인가?

10년 전쯤 방콕 스쿰윗 거리에서 교통법규 위반으로 단속됐을 때 경찰관은 군말 한마디 없이 경례 붙이고 범칙금 고지서를 발부했다. 다음날 면허증 되찾으며 ‘보기 드물게(?) 바른 공무를 실행한’ 경찰관에게 주려고 한국에서 가져온 작은 인형 하나 들고 경찰서를 찾았다. 은근슬쩍 잔 돈 받고 봐주던 관행이 빈번했던 터라 이런 경찰은 멋지게 보였다. 나를 단속한 경찰은 ‘오라윳 사건’이 난 통로 경찰서 소속 경찰관이었다. 태국 경찰이 도매금이 안되길 또한 바란다.

#自手成家 & 금수저

라윳은 천문학적인 돈을 가진 재벌의 장손자다.

2010년 CP 그룹 다닌 회장에게 태국 갑부 서열 1위를 내주긴 했지만 그 이전까지는 수년간 1위를 지킨 레드불의 창업주 찰레오 유위디아가 친 할아버지다. 찰레오 유위디아 회장은 2012년 작고 당시에도 개인 자산 50억 달러를 보유해 태국 갑부 3위였다.

가난한 중국 이민자의 아들로 교육도 많이 못 받고 시골에서 오리 키우고 과일 팔다가 방콕으로 와 항생제 판매상을 했다. 고생고생하다가 마흔 넘어 작은 약재상 하나 차렸고, 53세인 1976년에 에너지음료를 개발했다. 환갑이던 1984년 독일 회사에서 일하던 오스트리아 세일즈맨 디트리히 마테시츠와 50만 달러씩 출자해 음료 회사 차리며 대부가 됐다. 지금 레드불의 ‘황소’ 그림은 그가 64세 때 만든 것이었다.

포보스 지는 2017년 찰레오 회장의 장남이자 오라윳의 아버지인 찰렘 유위디아의 재산은 202억 달러(약 24조 원)라고 발표했다. 할아버지보다 오라윳 아버지의 재산은 4배가 불었다.

할아버지가 남들 다 은퇴하는 시기까지 생고생하느라 그 아들도 청년기엔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손자 오라윳은 ‘금수저’를 입에 물려 태어난 것이었다.

*레드불 제품. 카페인 함유량이 높아 한국에서는 판매 안되다 2011년부터 함량을 낮춰 판매됐다.

벌 2,3세 들이 모두 오만방자하고 초법 주의자들은 아니다. 같은 열매에서 나온 뿌리도 모양과 크기가 다르다. 레드불의 창업자인 찰레요 유위디아 회장은 여러 자식이 있는데, 제각기 영역을 맡아 선대의 가업을 잘 이어가고 있다. 태국 센단 그룹도 창업자의 수많은 형제들이 나눠 기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재산권 다툼이나 비리 이야기를 들은 바가 별로 없다.

레드불 찰레요 유위디아 회장의 또 다른 손자 한 명은 수년 전 한국 IT 회사에서 인턴십을 했다. 영국에 이어 IT가 발전한 한국에서 꼭 해보고 싶다는 지인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필자가 후배가 간부로 있는 IT 회사를 소개해 줬다. 3개월 정도 무급 인턴을 한 것 같은데 그곳 사람들은 아마도 그 인턴이 그 정도 재벌 자손인지는 몰랐으리라. 그 어떤 잡음도 들리지 않았다.

 

#사고 난 그날

라윳이 경찰관을 치어 사망케 한 그날은 2012년 9월 3일 새벽 5시 30분 경이었다.

월요일이었고, 사고를 낸 곳은 방콕 다운타운 스쿰윗 거리였다. 이 구역 관리는 통로 경찰서에서 맡고 있다. 차선의 도로 폭이 좁은 편이고 몇 시간 뒤면 출근 인파로 꽉 막힐 월요일이었지만 이른 새벽이라 차가 거의 없었고,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오라윳의 검은색 페라리는 시속 177km로 달렸다고 한다.

어떤 종류인지는 정확히 안 나오지만 페라리는 수십억 원대의 차다. 페라리 아페르타 같은 차종은 한국에서 한 대에 110억 원이 넘는다. 태국의 차 값은 한국 2배다. 명품차는 세금이 훨씬 더 많이 붙고, 백화점엔 이런 차들을 위한 전용 주차장도 제공된다.

*오라윳의 페라리는 경찰관 오토바이 뒷부분을 들이받아 반파됐다.

른 새벽에 오라윳은 왜 거기에 있었을까? 통로는 호화로운 멤버십 술집과 고급 유흥업소가 많은 곳이다. 경찰이 공개한 사고 사진을 보면 오라윳의 페라리는 앞부분이 전파되어 있다. 통로 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이 차에 치여 끌려가다 끝내 숨졌다. 오라윳은 몸 어디 긁혔다는 이야기조차 나오지 않았는데, 사고 이후의 음주 측정에서 알코올 농도가 규정치를 넘어섰다. 오라윳은 체포된 뒤 술 마신 것, 사람 친 것 다 인정했다고 보도됐다.

고 직후 50만 바트(한화 1900만 원)를 내고 보석으로 나온 오라윳의 사건은 한 달 뒤인 3월 4일 검찰로 이첩됐다. 그 이후 7차례의 가해자 소환 조사가 실시됐지만 오라윳은 단 한 번도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몸이 아파서’, ‘외국에 있어서’가 주된 불출석 사유였다. 검찰과 경찰은 이를 다 받아주었다.

오라윳이 사고를 낸 후 4년 동안 영국과 일본 등 최소 9개국을 방문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레드불이 후원하는 포뮬러원(F1) 대회를 관람했고, 유람선 여행과 스노보드를 즐겼으며, 고급 레스토랑에서 파티를 여는 장면도 지인과 친척들의 SNS를 통해 알려졌다.

태국 검찰은 엄정한 수사와 기소 방침을 밝혔으나 8번째 소환을 앞둔 이틀 전인 2017년 4월 25일 오라윳은 전용기를 타고 싱가포르로 홀연히 도주했다. 그 후 태국 경찰은 5월 4일 오라윳이 전용기마저 버리고 싱가포르를 떠났다고 공식 확인했다.

여론 악화로 오라윳은 인터폴 수배 명단에 올랐으나 어느 날 이마저도 슬며시 사라졌다. 인터폴 수배 명단에서 사라진 이유를 태국 그 어느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실 태국 ‘금수저’들의 교통 사망 사고가 흐지부지된 것은 또 있다. 오라윳 사건 4년 뒤인 2016년 3월 13일(일요일) 아유타야 방파인에서 자네폽 위라폰(37)이라는 호화 수입차 회사의 상속자가 벤츠 차량으로 앞서가던 차량을 들이받아 2명의 대학원생이 화염에 휩싸여 사망했다. 그러나 경찰은 초기 수사 단계에서 너무 느린 일처리로 맹비난 받았고, 가해자는 음주 측정도 거부했다. 잠시 들끓었던 이 사건의 최종 결말도 다른 사건에 묻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른바 ‘하이소’라 불리는 태국 상층부의 이런 행위들이 어디선가 더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그저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도 모른다.

#法治主義

라윳에 대한 대국 검찰의 불기소와 이에 동의한 경찰의 방침은 향후 태국 사법부와 정권에 큰 부담을 줄 것 같다. 야당 의원들은 곧바로 재조사를 하라는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태국 정부는 코로나 방역조치에 필요하다며 국가비상사태를 ‘야금야금’ 4차례나 연장해 8월까지 실행하기로 했다. 대학생들과 시민운동가들은 비상조치 폐지, 헌법개정을 외치며 일주일째 거리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군부 집권 이후 시위를 금지하는 비상조치가 이어져 이런 모습을 거의 못 봤는데 시위의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총리 및 부총리, 육군참모총장의 사진을 불태우는 모습도 어제오늘 신문에 나왔다. 시위에는 고교생까지 가세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 주도 관계자는 오라윳 불기소를 당장 시위 안건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국, 특히 방콕은 페이스북 활성화가 ‘세계 1위’의 도시다. 우리나라처럼 청와대 게시판 청원제도는 아직 없지만 SNS를 타면 폭발력이 엄청나다. ‘오라윳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

근-현대 각국 헌법에 영향을 미친 것은 1789년의 프랑스 인권선언이다. 인권선언 제1조는 ‘인간은 나면서부터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라고 하고 있고, 제6조는 ‘법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고 법률상으로 평등하다’고 적고 있다. ‘짐이 곧 국가’라던 루이 16세는 결국 평민들에 의해 파리 한복판 단두대에 올랐다. 신분 특권이 없으며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외침이 불과 231년 전의 일이다. 인류의 긴 역사에 비춰보면 아주 가까운 과거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평등, 법치는 오늘날 부정할 수 없으며 되돌릴 수도 없는 확고하며 지배적인 가치로 굳어졌다. 한국 사회가 아빠 찬스, 엄마 찬스, 병역기피, 내로남불에 왜 격분하나? ‘공정의 법칙’이 훼손됐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위계에 의한 각종 성폭력과 시대착오적 마초적 행위도 천부 인권에 대한 이해가 깊게 체득되지 못한 까닭이다. 깡통 소리처럼 매일 글과 말로 요란하게 떠드는 어떤 사람들에겐 왜 정이 안 가나? 언행이 일치하지 않고 진정성이 부족하니 그런 것이다.

국은 타일랜드 4.0 기치를 올리며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 도약하려다 코로나를 맞았다. 경제와 인류 삶의 향상은 공평한 기회의 제공과 공정한 법치를 근간으로 한다. ‘정의’라는 말과도 같다고 보는데 이는 역사로 증명된다. 다른 나라 일이지만 ‘오라윳 사건’의 결론이 주목된다. 발 등에 불 떨어진 경제문제 보다 중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래 태국의 모습도 여기에 달려 있다. 태국과 태국인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것 같다.<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