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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드라마의 재발견, ‘그녀, 안드로이드’
 
  러시아 드라마의 재발견, ‘그녀, 안드로이드’  
     
   
 

1975년 쯤의 어느 추운 겨울 밤.

까까막이 꼬마 몇이 사랑채 아랫목 담요 밑에 오종종 발을 밀어넣고 수다행진 중이다.

한 녀석이 뜬금없이 말했다. “미래엔 TV가 컬러로도 나온데-‘

나머지 꼬마들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헛소리’라고 일제히 핀잔을 줬다.

면장 집 딱 한 곳에 다리 달린 대형 흑백 TV가 한 대 있던 동네 애들이었다.

그 핀잔 대열엔 나도 있었다.

근 본 러시아 드라마 ‘그녀, 안드로이드’는 예상 가능한 가까운 미래를 투영한 드라마다.

홀로그램이 쉽게 시연되고, 손목밴드를 통한 영상통화가 어디서건 가능하다. 돈도 음성 하나로 그 자리에서 바로 이체된다. 드론이 곳곳에 떠 있고, 인간을 돕는 AI 로봇이 일상화 된 세상이다.

한 걸음 더 나가 로봇이 섹스의 대상으로도 개발된다. 기업들은 이를 대량 생산한다.

섹스 로봇은 전자용품인가, 가정파탄의 존재인가? 라는 질문이 던져진다.

‘그녀 안드로이드’의 영문제목은 ‘Better Than Us’다. 러시아 국영TV R3C에서 방송된 것을 넷플릭스가 2018년 사들여 전세계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이렇다.

모스크바의 섹스로봇 거대 생산기업이 암시장에서 자사제품 업그레이드 목적으로 정체 불명의 여성 로봇 한 대를 사들인다.

봇의 이름은 ‘아리사’다.

근데 보통 로봇이 아니다. 다른 로봇들이 태국 MK 레스토랑에서 서빙하는 바퀴달린 로봇+AI 스피커 수준의 '멍텅구리'라면 ‘아리사’는 스스로 생각하고 진화한다.

중국의 학자가 만들었는데, 잘 못 건드려 ‘맞아 죽었다’는 웃긴 내용이 뒤에 나온다.

‘아리사’는 가족을 위해 개발된 전용 로봇이다. 가족 건드리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단숨에 경동맥을 죄어 기절 시키고, ‘위처’의 공주처럼 고음역대의 비명을 질러 다수를 마비시키기 까지 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의 심박수도 체크하고 거짓말 하는 지도 단숨에 알아 맞힌다. 소머즈나 원더우먼처럼 빠르게 뛰거나 점프하는 모습은 없지만 지식 습득 속도가 워낙 빨라 실력있는 외과의사도 못한 불가능한 뇌수술도 성공시킨다. AI 로봇이지만 남자의 사랑을 갈구하며, 가정을 꾸리려는 노력들은 안쓰럽다.

시아 드라마는 처음 보지만 16부 내내 심심하지 않다. 등장 인물들의 하드웨어는 출중하다. 러시아 미남 미녀가 많은 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이상이다.

로봇 ‘아리사’ 역을 맡은 파울리나 안드레예바는 1988년 생(33세)의 데뷔 10년차 배우. ‘바비인형’ 꼭 닮은 8등신 몸매에 진짜 로봇인지 헷갈릴 정도로 무표정 연기, 손 안흔들고 걷는 걸음걸이 연기 등은 훌륭하다.

‘아리사’가 나오는 장면만 보고 싶을 정도다. 연기자 집안에서 태어나 댄스를 하다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하기도 했다. 2015년 러시아 TV 드라마 ‘The Method’로 이름을 알렸다고 한다.

‘그녀 안드로이드’의 결말은 단순하지만 기대감 또한 증폭시킨다. ‘헐리우드’ 영화처럼 무리하게 밀어부치지 않고, 유럽 영화처럼 밍밍하거나 헷갈리게 하지도 않는다.

파괴된 ‘아리사’의 몸에서 나왔을 칩 하나와 ‘도와주세요’란 한통의 전화 엔딩이 깔끔하다.

‘스타워즈’ 처럼 상상범위를 벗어난 미래가 아닌 곧 닥칠 AI의 모습들을 드라마는 골고루 버무려 놓고 있다. 아니면 이미 시작됐을지도. <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