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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를 앞서간(?) 우리들
 
  시대를 앞서간(?) 우리들  
     
   
 

지 구덩이 집에서 신문지 한뭉치가 발견됐다.

책장 뒤쪽에서 찾아낸 이것은 22년 전인 2000년 물불 안가리고 뛰었던 날들의 흔적들이다.

세월 지나며 죄다갔다 버렸지만 일부가 용케 남아있는게 신기하다. 

당시 일간지들은 조석간을 찍어내며 엄청난 발행부수를 기록하던 전성기였다.

몇몇 폼나는 부서 외의 대부분의 대중지 기자들은 군말도 못하고 극한경쟁에 내몰렸다.

밥 많이 먹어 체력 강하고 승부욕이 타고난 나 같은 별종들이 그런 분위기를 부채질한 원죄가 있다.

중고참급 기자에 속했던 나는 당시 현부서(방송팀)에서 근무하며 각 부서의 돌격대들을 아무 조건없이 착출해(?) 르포팀을 만들었다. '짬밥' 차이나 봤자 몇년인데 요즘 같으면 돌맞을 가욋 일이다.

1주일에 한번씩 지면의 5-6면을 채웠다. 젊은 혈기로 르포팀에 참가한 후배기자들은 사람들 관심이 갈 만한 곳은 죄다 뒤지며 장문을 국수 뽑듯 쏟아냈다. 

밤새워 야간 잠복도 하고 잡입도 했으며, 맨땅에 헤딩하며 유를 창조해 냈다. 

'음주운전' ‘천재의 세계’ ‘미인대회의 해부’ ‘인터넷과 몰래 카메라’, ‘도박’, ‘마약’, ‘매춘과의 전쟁’, ‘성형수술’ ‘동성연애’ '연예 매니저' 등 범위는 무차별이었고 광범위했다. 상황은 달라졌겠지만 지금도 다뤄볼 사안들이 적지 않다. 

고된 날들이 이어졌고 세상 호기심만 찾아 쏘다녔지만 젊은 기자들의 열정엔 잘못이 없다.

취재 준칙을 거르는 비윤리적 행위를 하지 않도록 당부했던 기억도 있다. 회사에선 관련 취재비를 충분히 지원했는데, 영수증도 요구하지 않았고 팀장인 나는 사용품목만 적어 보고했다.

대가도 없이 무척 힘들었을 터인데 르포팀에 참가해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던 후배들은 지금 보니 여기저기로 흩어져 모두 한자리씩 하고 있다. 

생각해 보니 될성부른 떡잎들이었다. 내가 그러했듯 스스로 사서 한 고생이 오늘을 사는 작은 자양분이라도 되었길 바란다.

처음부터 로포팀에 가장 많이 참가한 차석 K는 다니던 신문사에서 은퇴한 후에도 여전히 뭐 심사하는 일하고 요즘엔 후배가 세운 인터넷 언론사를 돕고 있다. 

‘천재수준’의 S는 지상파 TV 제작 부국장을 거쳐 여전히 관련일에 종사하고 있다. TV에 있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지적인 교양 프로그램과 드라마도 여럿 만들어 냈다. 

막내급에 속했던 L은 야당, 여당 반장을 거쳐 일간지 정치부장 5년차로 여전히 전쟁터 한가운데 있다. 

종종 르포팀에 참가하며 자기 분야에서 뚝딱 특종을 잘도 터뜨리던 K도 유력언론의 국장인가 이사다. 취재 분야에선 단연코 가장 오래 근무한 한국 최고수준 전문가다.

영국 유학파의 L은 언론사 퇴직한 뒤 ‘신기하게도’ 삼성 LG를 자기 맘대로 갈아타며 기업인의 삶을 살고 있다. 불법현장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밤을 세웠던 사진기자 C는 소식을 모른다.

흘러온 22년만큼 더 지나면 다른 세상에 가 있을지 모르겠다.

또 피차 늙어가는 처지라 밥그릇 수 따질 처지가 못되나

불꽃처럼 산 그 때를 떠올리며 남은 인생도 열심히 살기를 바란다. 오버! <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