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헌법재판소의 페통탄 총리 해임으로 정국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태국 최대 정당인 국민당(또는 인민당)의 선택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태국 언론들은 어제오늘 다양한 루머를 포함해 국민당의 선택에 온갖 보도를 쏟아냈다.
국민당은 2년 전 총선에서 국회의석의 3분의 1가량인 143석으로 최다 의석을 차지한 개혁정당이었지만, 왕실모독제 개정법안을 시도하다 역풍을 맞았다. 군부 위주의 기존 보수 세력에 막혀 총리 배출에 실패하며 집권하지 못했다. 당 대표는 10년간 정치 활동이 금지되는 등 대가는 혹독했다.
결국 두 번째 다수 의석을 차지한 프어타이당이 연립을 구성하며 총리를 배출했다.
그런데 첫 총리였던 세타 타위신 총리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임된 데 이어, 두 번째 총리가 된 페통탄 총리마저 해임되면서 새 총리 선출이 임박하자 국민당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프어타이당과 연립을 이뤄 한배를 탔던 제3당 품짜이타이당(69석)이 이탈하면서 라이벌 구도가 됐기 때문이다. 두 당 모두 국민당의 지지가 없으면 새 정부를 구성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국민당이 스스로 연립을 구성해 정권을 잡거나, 누군가를 밀어 새 정부를 탄생시킬 수 있는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킹메이커가 된 것이다.
하지만 국민당은 이번 정부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총선에서 민심을 확인한 만큼 새 총선 이후 '한 방'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민당의 조건은 단순하다. 새로 선출되는 총리의 내각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4개월 안에 의회를 해산하고 헌법 개정에 동의하는 정당을 밀어주겠다는 것이다.
마음 급한 프어타이당과 품짜이타이당은 모두 국민당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공개·비공개 ‘러브콜’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프어타이 당의 품땀 총리대행은 '내가 당장 의회를 해선 할 수 있다'고 까지했다가 총리대행은 그럴 권한이 없다는 법률 해석끼지 나왔다.
국민당 내에서도 어느 당을 지지할지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 국민당 대변인은 “솔직히 두 정당 모두 신뢰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태국 국회의장은 3일부터 열리는 국회에서 총리 선출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어느 쪽도 과반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태국 정치의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이런 가운데 태국 최대 미디어 타이랏은 차기 총리 후보로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았던 쁘라윳 전 총리가 1위에 올랐다는 설문조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9월 2일 국민당이 품짜이타이당을 지지한다는 소문이 나자, 국민당 고위 관계자는 이를 즉각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2003년까지 총리 선출에 참여했던 군부 중심 상원의 역할이 변경돼 국민당의 왕실모독제 개헌은 가능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문제삼으면 헌재는 이를 또다시 위헌으로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무리 봐도 뾰족한 해법이 없는 태국 정치. 이럴 때 딱 어울리는 말. '안개 정국!!!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