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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또 오려나?
 
  비가 또 오려나?  
     
   
 

후두둑 빗소리에 가슴이 철렁한다.

9월 말, 단 사흘간 쏟아진 폭우. 방콕에서만 30만 가구가 침수되고, 많은 사무실 직원들이 며칠씩 출근하지 못했다. 그 후 큰비가 또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두 번이나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은 오히려 반가운 일이었다.

홍수가 났을 때 마침 한국에 있었던 터라 물난리는 피했지만, 돌아와 보니 집 안 곳곳에 그새 그을음 같은 얼룩이 번져 있다. 마음마저 눅눅하다.

그래도 오늘 저녁만은 곱다.

어김없이 '한국의 옛날처럼' 태국 국가가 울려 퍼지는 오후 6시. 창밖 저녁 하늘에는 오랜만에 노을이 차분하게 번지고 있다. 홍수가 나고 계절이 바뀌어도 일상은 이어진다. -변화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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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하고 감사하며 살아야지 되뇌며 방콕으로 돌아왔건만, 단 하루 만에 공염불이 되고 만다.

인보이스를 며칠씩 깔고 뭉개고 있는 회계부서, 그다지 바쁜 일도 없으면서 프로젝트 A와 B를 혼동하는 중간간부, 새로 산 회사 차량 안에 방치된 더러운 얼음물통.

눈에 보이니 잔소리가 나온다. 난 왜 무던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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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의 스피커를 끄고, 아무 걱정 없이 살 수는 없을까?

한국에 있는 동안 만난 또래의 은퇴급 연령자들 중에는 "이젠 걱정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간혹 몇 있었다.

비슷한 월급을 받으며 살아온 그들의 걱정 해소 비결에는 대개 서울의 부동산이 있었다. 재개발 로또딱지를 얻은 사람은 더 큰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살고 있는 집 한 채를 팔고 집값이 싼 지방으로 내려가야 비로소 금전운신 폭이 넓어지는 구조다.

살던 곳에서 풍족하게 쓰고 넉넉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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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국은 '좋은 나라'다.

카드 한 장이면 버스도 지하철도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천재가 설계했나 싶을 만큼 아름다운 도심 공원에는 무료 모기퇴치제까지 마련돼 있었다. 도대체 이런 세심함을 어디서 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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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 완연한 산책로에서 누군가 떨어뜨린 귀고리를 보았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귀고리는 그 자리에 있었다. 주인은 아마 그곳에서 안전하게 귀고리를 찾아갔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 깜빡 잊고 두고 온 감 한 바구니와 생선 몇 토막도 상인들은 다음 날까지 고스란히 보관했다가 웃는 얼굴로 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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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태국에서는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도 만났다.

손님으로 가득한 대낮의 카페에서 요란한 굉음을 내며 드릴질을 하거나 테이블을 정리하는 '공공의 무례'였다. 아예 물건을 사지 말라는 듯 거만한 종업원도 있었고, 통신사 직원은 항의를 받고서야 겨우 귀를 기울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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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만나는 사람은 살이 빠져도 알아채지 못한다. 몇 달 만에 다시 보는 한국은 퍽 달라져 있다. 낯선 풍경이 들어서고, ‘신기술’을 어떻게 쓰는 지 몰라 허둥거리게 만든다.

일 없이 고독한 말년보다는 고민하고 잔소리할 일이라도 있는 하루가 더 낫다.

어디에 살든 삶은 저마다의 무게를 지니고, 걱정은 각양 각색으로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오늘 걱정없이 평안하면 내일도, 인생도 모두 잘 사는 것일텐데..

그래도 비는, 이제 그만 내렸으면 좋겠다.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