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길에 매일 만나는 태국 할아버지는 한눈에 봐도 멋쟁이다.
몇 년을 지켜보니 운동화도 여러 켤레이고, 자주 바꿔 쓰는 모자도 세련됐다.
80대 초중반의 나이에도 후리후리한 키에 허리가 꼿꼿하다.
그의 집은 산책로가 시작되는 골목 어귀에 있다.
6시 45분쯤이면 어김없이 만났다. 인사 외에 긴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은 없지만, 그와의 아침 조우는 몇 년 동안 이어진 태국 일상의 한 자락이었다.
아내가 가끔 홍삼차나 한국 과자를 선물하면 할머니를 통해 어김없이 과일 등으로 보답하곤 했다. 할머니는 산책을 하지는 않았지만 귀여운 고양이 여러 마리를 돌보며 매일 골목길을 깨끗이 쓸었다.
주말 아침이면 장성한 아들이 가끔 오는 듯했지만, 그 외 방문자는 보지 못했다.
두 달 전쯤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아 근황을 물었더니 넘어져 누워 계신다고 했다.
그리고 한 달여의 한국 일정을 마치고 산책길에 나선 오늘 아침, 별세 소식을 들었다. 넘어져 누운 뒤로 다시 일어나지 못한 것이다.